필자가 부동산자산관리 상담을 하면서 부동산자산관리에 실패하신 분들을 분석해 보니 이분들 중에는 `부동산 거지(House Rich, Cash Poor)증후군`을 심각하게 앓고 있는 분들이 많다.
`부동산 거지`는 수억 원 또는 수십억 원대 부동산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현금 유동성이 없어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부자들을 말하는 신조어로 부동산자산관리에 실패한 사람들이다.
과거 `부동산 거지` 1세대들은 `보릿고개`를 넘기며 악착같이 일하고, 목돈을 모으면 부동산 투자로 부동산 소유 욕구를 충족한 세대다.
하지만 결국 부동산자산 대부분이 환금성이 없거나 대출을 받아 투자한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데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
잠실동에 사는 최 모씨(65)는 대구에서 상경해 40년간 동대문시장에서 잡일과 도매업으로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 최씨는 고생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목돈이 생기면 부동산을 계속 사들여 서울에 아파트 2채와 파주에 농지 7500㎡, 동대문에 상가 1개와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자산 규모만 시가 25억원가량 된다. 하지만 최씨는 백화점식 부동산 투자만 했지 노후에 대비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계획하지 못했다. 대출 비중도 38가까이 돼 매달 은행 이자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최씨에게 일부 부동산 매도를 권했지만 "대출을 받아서 생활을 하면 했지 양도소득세가 아까워 매도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씨와 같은 `부동산 거지`들은 잘못된 부동산 성공 맹신주의로 생활비를 걱정하며 노후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매도하면 더 오를 것 같아 매도할 수 없다"거나 "매도하면 양도세가 너무 많다"는 핑계를 대며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모 은행 PB 말대로 타워팰리스에 살면서 생활비가 없어 대출받아 생활하는 `부동산 거지` 실버세대인 셈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부동산 투기 성공사례들만 언론에 부각되고 IMF 외환위기 이후 세계적인 부동산시장의 상승으로 인해 몇 년간 부동산 투자로 짭짤한 재미를 본 신흥 베이붐세대들(35~50세)이 이런 `부동산 거지 증후군`을 세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동산 거지 2세대로 `강남불패 신화`와 `재건축불패 신화`를 맹신하고 추종하는 사람들로 1세대 부동산 거지 세대를 추종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웃으며 수입에 비해 책임지기 힘든 대출을 통해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를 만든 것도 부동산 성공 신화를 맹신하는 2세대 부동산 거지 투자자들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다.
2008년 하반기 미국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보이고 있는 요즘 아파트를 매도하려고 내놓아도 매수자가 없어 거래가 거의 실종된 상황에서 2세대 부동산 거지 세대들은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08년 부동산 투자의 막차를 탄 부동산 거지 2세대들은 아마 하루하루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대기업 부장인 정 모씨도 2008년 여름 5억원을 대출받아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했다. 지금 시세는 매입 가격 대비 80%밖에 되지 않고 대출이자는 매달 250만원씩 꼬박꼬박 나가 궁여지책으로 막내 아들 학원비까지 줄이고 펀드를 해약해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투자를 할 때 대출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투자기법이다. 하지만 부동산 소유욕을 채우기 위해 받는 무계획적이고 맹목적인 대출은 가정생활 파탄까지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요즘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 비중을 줄이고 금리 헤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수입에 맞춘 대출을 실천하는 것이 재테크 전략일 것이다.
부동산 투자는 재테크다. 재테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본인 자산과 상황에 맞추어 계획적으로 중장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체계적인 자산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부동산자산 관리에 성공하면 돈을 벌 수 있지만 욕심내 무계획적으로 투자한다면 환금성 낮은 부동산에 투자하여 실패는 물론 원금손실과 심지어 가정파탄까지 갈 수 있는 최악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김민수 한국부동산자산관리협회장 (www.krpm.co.kr)]